해곰이 탄생, 유도분만 후기 해곰이

7월 28일 새벽 5시 반, 여전히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 두렵고 막막한 기분으로 샤워를 하고 밥 반공기를 꼭꼭 씹어먹었다. 마지막으로 짐을 체크하고 차를 타고 6시 반쯤 분만실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같이 따라온 동생은 같이 들어갈 수 없어서 돌려보내야했다. 스무 번 가까이 왔던 병원인데... 분만실 풍경은 참 낯설다. 커튼으로 칸칸이 가려져 있는 침대에 올라가 태동검사를 하고 내진을 했다. 자궁문이 1cm 열려있다고 했다. 아직 경부가 얇아지지 않아서 질정제를 먼저 넣는다고 했다. 질정제를 깊숙이 밀어넣는데 너무너무 아프다. 수액 링거 바늘 꽂는 것도 아픈데, 앞으로의 과정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 자유진통실로 가서 짐볼 운동을 하라고 했다. 첨이라 어색하다. 산모들이 서너 명 끙끙 앓으면서도 운동을 하고 있다. 나도 간호사가 알려준대로 어색하게나마 운동을 해본다. 그때까진 재곰이랑 웃으며 얘기했다... 웃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 오전 11시까진 진통이 하나도 없어서 질정제를 하나 더 넣고 병실로 올라갔다. 내진은 할때마다 너무너무 아픔. 동생이랑 카톡한 걸 보니까 아파서 울었다고 해놨네. 병실로 올라가니 슬슬 진통이 시작된다. 평소에 생리통이 1도 없어서 생리통이 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아- 이런거구나 싶다. 그러다 곧 본격 진통이 시작되었다. 근데 원래 진통이 이렇게 텀이 없이 오는건가? 몇 분 간격으로 와야하는 거 안닌가... 1시에 아기 심박수 체크하러 간호사가 올라온다고 했는데, 호흡이 제대로 안될 정도로 진통이 쉴새 없이 밀려와 해곰이 상태가 걱정되서 분만실로 다시 내려갔다. 병실에서 봤던 간호사가 없어서 아기 심박수 체크를 카운터에 있는 간호사에게 미리 부탁하니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체크를 해주곤 정상이라며 무뚝뚝하게 굴어 민망하면서도 서러웠다. 근데 진통때문에 아파서 그런 기분도 잠깐이었음. 자유진통실에서 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진통을 참으며 널부러져 있는데 시간이 정말 안가더라. 밖에서 출산하는 산모들 비명소리가 악악 들리는데, 내가 지금 아픈건 진짜 아픈것도 아니겠구나, 근데 나도 지금 너무 아픈데 얼마나 더 아파야 아기가 나오는걸까,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3시가 되어서야 내진을 다시 하러 오란다. 내진이 무섭긴 한데, 아파서 어떻게 좀 해줬음 좋겠다. 태동검사기를 다시 달고 내진을 하고... 자궁문은 아직 1cm 그대로고, 경부는 살짝 얇아졌다고. '진통지수는 70이긴 한데, 간격이 너무 짧아서 엄마 많이 힘들었겠다, 어떻게 참았어요' 하는 간호사 말 한마디에 눈물이 주루룩. 질정제를 일단 빼기로 한다. 와, 넣을 때도아프더니 뺄 때도 아파. 빼고 나서도 1시간 좀 넘게 아까같이 텀없는 진통이 이어졌다. 또 다시 내진... 진통 올때 하는 내진은 진짜 미치겠다. 아파서 엉덩이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막 들리는데 그러면 간호사가 힘빼고 엉덩이 내려놓으라고 혼낸다. 아파서 반말로 막 '그만해!!' 몇 번 그랬던 것 같다... 자궁 2cm... 언제 끝나려나. 딱 여기서 다 그만두고 집에 가고싶은 심정...
5시쯤 되어서 무통관을 달았다. 허리를 새우등처럼 구부리고 척추 중앙에 바늘을 세 번 찔러 넣는다. 무통약은 아직 안쓴단다. 3-4cm 열려야 써준다고. 무통관을 달고나서부터는 진통이 허리로 왔다. 그래도 배 진통보단 살짝 참을 만하다. 담당의사선생님 퇴근 전에 내진을 한 번 더 했다. '경부가 많이 얇아져서 내일은 낳겠어요' 하는데, '결국 오늘 안에는 안끝나는거구나, 그래서 내일 언제?' , 절망감이 밀려옴... 물어보니까 그건 모른대... 이러다 오늘 새벽에 낳을 수도 있는거고, 내일 오전이나 오후에 낳을 수도 있는거고... 뭐 그런 뻔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날따라 애기 낳으러 온 산모들이 많아서 병실이 꽉꽉 차는 바람에 1인실은 다음날 오후가 되어야 나온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인실을 쓰는데, 정말 좁아 터졌다. 보호자 간이 침대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공간. 불도 내 마음대로 끄고 켜지 못하고, 누군가 켜면 켜놔야한다. 8시가 넘어서 엄마, 아빠, 동생이 왔다. 다인실 안에서는 면회 금지인데다가 커튼으로만 가려진 좁은 침대 주변엔 가족들이 다 들어오지도 못한다. 엄마만 들어와서 나를 붙잡고 기도를 해주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코가 막혀 힘들었다. 그와중에 내가 호흡 제대로 못하면 해곰이 힘들까봐 걱정되서 코를 연신 들이마셨다. 바로 내 옆에 있던, 30분 진통하고 2번 힘주고 낳은(전화통화를 크게 해서 다 들림) 경산모 아기는 순산을 해서 힘이 남아도는지 목이 쉬어라고 울어제낀다.(다인실인데도 모자동실이 가능한 병원이었음) 그 전부터도 그 산모 가족이 면회를 와서 전체등을 켜놓고 나간 바람에 병실은 온통 환하고... 애기는 끝도 없이 울고, 허리 통증은 계속되고 환장하겠음. 2시간 동안 차타고 온 엄마 아빠랑 결국 얘기도 제대로 못했다. 엄마가 너무 마음 아파하며 떠나는 게 맘에 밟혔다.
허리가 밤 11시 무렵까지 계속 아파서 결국 약한 무통을 한 대 맞았다. 일단 오늘은 잠을 좀 자둬야 내일 힘내서 아기 낳으니까 무통 주겠다고... 20분쯤 지나니까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무통천국이구나! 싶었다. 거짓말처럼 허리 진통이 사라졌다. 링겔 주사바늘 꽂힌 팔뚝만 아프다 이젠. 간호사가 주사바늘이 살짝 잘못 꽂혀서 팔등이 부었다고 다시 해주겠다고 하더니 까먹었어보다. 두꺼운 바늘을 뺐다 다시 낄 용기가 안나서 그냥 참기로 한다.
병실로 올라오니까 그 애기는 여전히 미친듯 울고 있다. 나는 그나마 무통천국이 와서 맘이 너그러운 상태. 근데 재곰이가 너무 불쌍... 집에서 요를 들고와서 바닥에서 구겨져 자야함. 비염 있어서 먼지 많은 곳에 있으면 힘든데... 하루 종일 내 심부름하고 진통할때 옆에서 기다리고... 암튼 12시가 넘어서야 그렇게 잠이 들었다...면 좋겠지만! 옆 아기가 계속 울어서 다인실에 있던 다른 아기들도 깨우고, 엄마가 달랜다고 복도로 나가니 다른 방 아기들도 다 따라 울어서 멘붕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결국 1시 넘어서야 잠깐 잠들었다가 2시 40분에 깨서 또 잠을 설치고... 비몽사몽으로 그렇게 2시간 남짓 자고 6시에 분만실로 다시 내려갔다.
태동검사기를 달고 내진을 다시 해본다. 내진 공포증이 생겨서 어제밤 11시에 갔을 때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더니, 나이트 간호사 분이 엄청 잘 해주셔서 덜 아파서 감사했었다. 근데 그 분이 아직 계시는구나! 맘이 놓임... (그러나 7시에 교대시간... 절망 ㅠㅠ) 역시나 내진을 덜 아프게 잘 해주셨다. 여전히 자궁문은 2cm에서 열리지 않았단다. 오늘 오후 되서야 낳겠다 싶었다... 일단 촉진제를 맞고 자유진통실로 갔다. 짐볼을 열심히 타라고 했다. 어제 질정제 넣었을때와는 달리 1분 간격의 규칙적인 진통이 곧바로 찾아온다. 1분은 눈을 꾹 감고 가만히 앉아 진통을 참고, 진통이 가시면 바로 짐볼을 탔다.
오늘 유도분만 하는 산모가 처음 왔나보다. 어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짐볼 타는 것도 어색해하고 아직까진 진통이 없어서 남편하고 웃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게 들린다. 그들이 봤을 땐 내가 정신이 없어 보였겠지 ㅋㅋㅋ평소라면 민망해서 절대 안했을 짐볼 자세인데 진통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서 민망이고 뭐시기고 없다. 그냥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음.
8시쯤 또 다시 불러 내진. 그대로임. 관장을 하겠다는데 일단 소변부터 봐야겠다. 소변 먼저 보고 오겠다고 하니 화장실에서 관장해준단다. 내진과 관장은 굴욕이 아니다. 고통일뿐... ㅋㅋ(제모는 굴욕도 고통도 아님. 분만 직전 정신 없을 때 해서) 10분을 참으라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다. 후기에서 2분 참으면 많이 참은거라고 했다. 1부터 10까지 엄청 빠르게 한 6번 세었나? 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변기를 눈앞에 두고 참으려니 의지력이 더 떨어진 듯... 1분도 못참고 변기에 앉았더니 '쪼로록'하고 관장약만 떨어지는 소리가... 망했다... ㅋㅋㅋ 거의 몇 주 전부터 시원한 변을 본지가 한 참 된지라 뱃속에 쌓인게 많을텐데, 임신 중 몇 번 변비로 출산의 고통을 간접경험했을 때처럼의 아픔이 밀려온다. 진통은 오고, 배는 아프고, 응가는 안나오고... 속으로 울면서 기도했다. 빨리 끝나게 해주세요... 40분 정도는 앉아있었던 듯. 밖에서 간호사가 이제는 나오셔야 된다며 문을 두들긴다 ㅠㅠ 어쩔 수 없이 찝찝하지만 그냥 일어났다.
태동검사기를 또 달고 진통이 어제 간격없었던 진통과 비교해서 어떤지 물어본다. 진통 세기는 어제보다 센데, 그래도 간격이 있어서 참을 만하다고 하니까, 무통 놔주겠다고 내진 다시 해보겠냐고 한다. 무통은 맞고 싶은데, 전혀 4cm까지 열렸을 것 같지가 않아 거절하니까 자꾸 내진해보잔다. 아까도 적었지만 진통 올 때 하는 내진은 정말 최악이다... 친절했던 나이트 간호사는 없고 까랑까랑 깐깐한 어제의 그 무자비한 간호사가 들어와있어서 더 무서웠다. 내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아로마 마사지 하면서 최대한 아프지 않게 해주겠다고, 오일 마사지를 5분 여간 해주더니 내진을 시작했다. 여전히 2cm라고, 근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후에는 퇴근이시라고 빨리 진행시켜보자 그러더니 가느다란 무언가를 푹 찔러넣어 양수까지 터뜨려버림... ㅠㅠ
이때부터 헬게이트가 열렸다. 9시 좀 넘었을거다. 가족분만실로 이동하겠다고 했다.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는데 진통 없을때 빨리 이동해야된다고 재촉... 기다시피해서 재곰이와 함께 가족분만실로 이동했다. 엎드려서 이상한 슈퍼맨 자세같은걸 시켰다. 이러고 40분에서 1시간 정도 있으라고. 무통을 맞았는데도 원래 이렇게 아픈거냐고 물어보니까 그나마 무통 맞아서 이런거고 애기 낳을 때까진 더 아플거라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올때는 숨을 짧에 몰아쉬지 말고 차라리 똥꼬에 힘을 주고 숨을 멈추고 참으랬다. 그거 하나만 생각하면서 진통이 올때마다 똥꼬에 힘을 줬다... 근데 슈퍼맨 자세를 유지 못할 정도로 너무너무 아파서 ㅠㅠ 이상한 짐승 소리가 절로 나고 호흡 조절이 안되고... 옆에서 지켜보는 재곰이가 안절부절못하고 간호사를 불러왔다. 내진하고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그 순간 진짜 너무 죽을 것 같아서 '저 못하겠어요, 그만하고 싶어요, 수술할래요' 이 소리만 반복했다. 그러니까 정말 냉정하게 '그래요, 그럼' 그러고 확 나가버려서 한참이나 안들어오는거... 나중에 재곰에게 전해 듣기로는 정말 수술하겠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근데 재곰이가 자기가 설득해보겠다고 그랬다고... 재곰이는 옆에서 내가 수술시켜달라고 할 때마다 '해곰이가 작아서 조금만 견디면 금방 낳을 수 있대' 이 말을 하는데 솔직히 귀에 하나도 안들어왔다. 그냥 이 순간 빨리 다 끝내버리고 싶었다. 누가 나 수면 마취좀 시켜줬으면, 이 고통을 못 느끼게 해줬으면...
엄마를 한 백 번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 보고싶어...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만 할래, 죽을 것 같아... 목말라(아기 심박수 떨어지면 제왕절개할 수도 있어서 그날은 물까지 금식중이었음), 아무도 안오잖아 안끝날거잖아... (가족분만실에 들어가서 재곰이가 녹음을 해놨더라. 앞에 헛소리 부분은 많이 짤리고 중간부터 녹음됐는데도 나중에 다시 듣고 막 울었다 ㅠㅠ 그 순간이 오버랩되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10시 되면 간호사가 자기 부르랬는데, 재곰이 10시 1분 전에 총알같이 나가서 간호사를 데려왔다. 그때부터 본격 힘주기 연습 시작. 분만 의자에 양 다리를 올리고 가장 진통이 크게 올 때 숨 참고 똥 쌀 때처럼 항문에 힘을 죽을 힘을 다해 주고 10까지 세며 기다리라고 했다. 재곰이가 옆에서 크게 1부터 10까지 세면서 내 머리를 받쳐줬다. 간호사가 '산모님 하시기에 따라 달렸는데, 30분 만에 애기 나올수도 있고 2-3시간 걸릴 수 있어요~' 하는데, 2시간?? 미쳤음??? 절대 그만큼 못버틴다... 무조건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간호사는 또 금방 나가버리고... 우리 둘만 남아서 힘주기 연습을 하는데, 아무래도 '더!! 더!!! 더 힘줘야되요' 하고 외쳐주는 단호한 간호사가 사라지니 의지가 살짝 떨어짐. 그래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힘을 줬다.
다시 간호사가 들어와서 보더니 이제 다 열렸다고, 간호사들과 같이 힘주기를 또 했다. 아기 머리가 내가 힘 안주고 있어도 3cm 나오면 선생님 불러올거라고. 어느 순간부터는 힘주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막 힘이 들어갔는데, 그러면 힘 빼라고 혼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힘 뺄 때 '아~~~' 소리를 내면서 손을 머리 위로 올리란 게 생각났는데, '아' 할 기운은 없고 '으으으으...으~' 이런 소리를 내면서 힘을 최대한 뺐다. 재곰이랑 둘이서 힘주기 스무 번 정도 하고, 간호사들이랑 스무 번 정도 했던 듯. 그때는 재곰이가 내 배, 해곰이 엉덩이 있는 쪽을 눌러줬다. 간호사가 올라타서 갈비뼈가 나갈정도로 배를 눌러댄다고 하던 후기가 참 무서웠는데, 남편이 눌러주니 그나마 괜찮았다.
곧 담당의사선생님이 오셨고 그 후론 세 번 정도 힘주니까 '아기 나왔어요!' 하더니, 옆에서 재곰이가 우는 소리가 막 들린다. 10시 46분, 2.66kg의 해곰이가 태어났다. 아기가 작아서 그런지 남들 출산 후기에서 흔하게 봤던 '똥꼬에서 수박 나오는 느낌' 이런 건 전혀 없었다. 태반 나올 때가 더 시원했음. 뭣보다 해곰이가 태어나는 순간 거짓말처럼 진통이 싹 사라져서 신기했다.
해곰이 울음소리는 너무 작았다. 진통실에서 들렸던 다른 아기들 울음소리는 모두들 우렁찼는데, 해곰이는 '우에에~ 꾸에에' 이러면서 엄청 작고 불쌍하게 울었다. 내 가슴 위에 해곰이를 올려주는데, 재곰이도 나도 아무도 안 닮은 개구리같이 생긴 모습에 얼떨떨... 실감이 안나기도 하고 기운도 없어서 눈물도 웃음도 안났다. 그저 나랑 같이 30시간을 꼬박 뱃속에서 아팠을 해곰이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해곰아, 해곰아 하며 이름만 계속 불렀다.
재곰이가 해곰이 탯줄을 자르고, 회음부 후처치를 하는 동안 해곰이는 재곰이 품에 잠시 안겨 있다가 신생아실로 이동했다. 그동안 간호사들이 동영상이며 사진을 엄청 찍어줬더라. 고마웠다. 깐깐했던 무서운 간호사 언니에게도 고마웠다. 그렇게 단호하게 대하지 않았다면 분만 시간이 더 길어지고 나는 더 지쳤을거다.

출산 당일은 '아, 이제 이 죽을 것 같았던 진통에서 해방이구나. 살 것 같다' 이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 해곰이가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라는 게 잘 실감이 안나고 얼떨떨하기만 했다. 신생아실에서 모자동실로 옮겨온 해곰이는 너무 작고 말라서... 만지면 부서질까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한참을 멀찍이 떨어져 구경만 했다. 그래도 내 예상보다는 훨씬 더 빨리 '해곰아, 엄마야' 소리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뱃속에 있을 땐 어색해서 태담도 제대로 못했는데... 얼굴을 보니까 오만 말이 절로 나오는 게 신기했다.
그러다 그 다음날 밤이 되서야 감격의 쓰나미가 밀려왔더랬다. 하루종일 모자동실로 해곰이와 같이 있다가, 밤에 신생아실로 보내고 돌아와서 자려고 눈을 감으니 해곰이 얼굴이 아른아른... 눈을 감고 있어도 보고싶다는게 이런거구나. 갑자기 감사기도를 제대로 못했다는게 떠올라서 기도를 하다가 눈물이 줄줄 났다. 고통스러웠던 출산의 과정을 떠올려보니 그 시간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신, 경이로운 존재를 내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아파서 태어났구나,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죽을만큼 아파서 낳았구나, 엄마한테도 고맙고 미안하고...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게 너무너무 감사하면서도 두려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재곰이의 존재가 그렇게 새롭게 다가왔고, 이젠 해곰이가... 늘 항상 보고싶고, 걱정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기분이 좋으면 나도 같이 좋고, 힘들면 나도 같이 힘들고... 우리 가족, 그리고 재곰이, 이젠 해곰이까지. 나에게 그런 존재가 또 다시 새롭게 생겨났다니. 아직 '내 아들'이라는 실감이 나기도 전에 내가 이 아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구나. 앞으로 더 더 사랑하겠구나. 그 감정이 너무 벅차오르고 오묘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말았다.

아무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하루 반 동안의 출산 시간이 지나갔다! 지나갔다, 정말로. 그리고 해곰이가 내게 왔다. 해곰이 생일은 2016년 7월 29일 오전 10시 46분.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 있을거다.

조리원 들어온지 3일차인데, 찔끔찔끔 이어서 쓰느라 많이 까먹었다. 여기선 시간이 정신없이 간다. 모유수유, 기저귀 갈기, 속싸개 싸기, 당장 내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들.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데 아직도 너무 어렵다. 익숙해져서 차차 여유가 생기면 조리원 기록도 남겨두고 싶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소중할 것 같다.

덧글

  • 2016/08/02 18: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8/06 09: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8/02 22: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8/06 09: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8/02 22:3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8/06 09: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8/03 01: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8/06 09: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에레 2016/08/03 07:36 #

    고생하셨어요! 저희 아기는 27일에 태어났는데 저도 1박2일 유도분만 하느라 힘들었네요 ㅜㅜ
  • 해강 2016/08/06 09:17 #

    감사합니다~~ 으와 ㅠㅠ 에레님도 유도분만 하셨구나... 고생하셨어요! 유도분만이 말 그대로 준비가 안되도 쌩으로 진통을 유도하는거니 넘넘 힘들죠 ㅠㅠ 그래도 다 지나갔네요 결국은! 축하드려요~~
  • 따뜻한 허스키 2016/08/05 03:24 #

    오오!!! 저는 쌍둥이라 100퍼 유도분만 예정인데 대단하세욧!!! 생생한 출산기 잘 보고갑니다....@.@!!! 엄마는 위대하다!!!!!!!!
  • 해강 2016/08/06 09:20 #

    쌍둥이도 유도분만을 많이 하나요? 아... ㅠㅡㅠ 너무 아프지 않게 산모도 아가들도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도할게요...! 힘들지만 제왕절개에 비해 일시불의 고통!이니 모쪼록 순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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