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엄마 mm

엄마아빠집에 다녀왔다. ('친정'에 다녀왔다,고 써보곤 아직 그런 표현은 어색해 지우고 고쳐썼다.) 
며칠 전 반나절도 넘게 엄마랑 연락이 안되어 괜히 걱정이 되서 동생에게 물어보니, 지난 주말 엄마와 아빠가 싸워서 내내 말도 안하고 분위기가 이상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일까,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여성호르몬 탓일까, 아빠가 부쩍 예민해졌단다. 동생이 하는 얘기로만 보면 아빠가 백프로 잘못한 일. (재곰이에게 얘기하니 자긴 아버님도 이해된다 하더라만, 나는 아빠 맘이 이해는 가도 잘못한건 잘못한거라고 생각한다) 6개월째 별이 병수발 드느라 안그래도 몸 약한 갱년기 엄마가 더 우울해져 지난번같은 극단적인 일이 생기면 어쩌나… 너무 걱정이 되어서 수요일에 동생이랑 같이 집에 내려갔던 것이다.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엄마가 좋아할 '서울음식'을 사들고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없었다. 원래 거실 티비 옆이었던 별이 집은 이제 물그릇, 밥그릇과 함께 동생 방으로 옮겨져 있었다. 닫혀있는 방문을 열어보니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방 한 구석에 별이 혼자 덩그라니 있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별이가 하루에도 열댓번씩 구토를 한다고는 엄마한테 전해 듣긴 했지만, 막상 별이 모습을 직접 마주하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숨을 쉴 때마다 토가 콧구멍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고, 눈은 백내장과 높아진 안압으로 허옇게 툭 튀어나와 있는데, 거기에도 토가 튀어서 피가 맺힌 듯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치주염으로 아파서 얼굴 근처에는 손도 못대게 한지는 이미 오래 되어 꾀죄죄한 몰골을 수습해주기도 어렵다. 볼 때마다 말라있는 별이. 너무 말라서 등뼈를 셀 수 있을 지경이다. 귀도 멀고 눈도 멀어버린 별이는 내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은 듯 잠만 잔다.
별이는 17살이다.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너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보통 죽음을 앞두고 쇠약해진 노견은 짧으면 3일, 길면 1개월 정도 죽기 전의 여러 이상 증상을 보이다 떠난다고 한다. 그런데 별이는 벌써 6개월 째 아슬아슬 가늘고 길게 버티고 있다. 별이의 처음 증상은 밥 먹기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기력이 없어 하루에도 수차례 갑자기 발작이 와 몸이 뻣뻣해져 쿵 하고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때문에 엄마는 별이 곁을 잠시도 떠날 수가 없었다. 외출은 정말 최소한으로 할 수밖에 없고, 거의 집에 붙어 있어야 한다. 급속도로 쇠약해진 별이에게 이런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엄마는 거의 열흘 간 거실에서 선잠을 자면서까지 별이를 지켰다. 설탕물을 주사기로 억지로 먹여도 보고 병원에 데려가 수액을 맞추고… 별이를 엄마 욕심으로 붙잡아두는 것 같다고, 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던게 벌써 1월의 얘기다. 그런데 곧 별이는 기적적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고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반 년 간 좋아졌다, 안좋아졌다 반복,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애를 두고 안락사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근데 이번에 본 별이는 정말로 죽음을 코앞에 둔 것 같아 보여서… 보고있자니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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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외출했다가 들어온 엄마는 살짝 우울해보였지만, 내 생각보다 많이 심각해보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동생만 올 줄 알았는데, 나도 같이 와서 좋아했다. 엄마 얘기를 들어주고, 챙겨간 보드게임도 같이 하고, 보고싶다고 했던 드라마도 다운받아주고
엄마 집 내려가기 전에 예약해둔 조리원에서 산전마사지를 받고 갔는데, 마사지 받는 내내 엄마 생각이 많이 났었다. 자식들 키우느라 좋은 곳 여행도 한 번 못가보고, 맛있는 것도 못먹고, 이제는 별이에게 메여서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엄마. 우리 엄마는 아직도 못해본 것들 나만 벌써부터 다 누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도 하루쯤 별이 승연이한테 맡기고, 서울 올라와서 이모랑 같이 스파도 받고, 디저트 뷔페 가서 맛있는 간식거리에 차 한 잔 하며 기분 전환 했음 좋겠다, 내내 그 생각이 들었다. 엄마한테 그 얘길 하니까 '별이 때문에 어떻게 그래~'하면서도 싫단 말은 안한다. 
엄마는 아빠랑 이렇게 가끔씩 싸우고 나면, 어디론가 혼자 떠나 있고 싶다고 했다. 근데 친정이 없는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갈 곳이 없단다. 언니네 집에 가있자니 남는 방도 없고, 신혼인 딸 집에 가있자니 사위 눈치보이고. 어디 혼자 있을 방 하나만 있으면 가서 생각도 정리하고 쉬고 싶은데, 암만 생각해도 갈 곳이 없다고. 그렇게 느껴질 때면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고. 우리집 와있어도 나는 좋은데. 재곰이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 근데 재곰이는 또 착해서 절대 티를 안낼거야. 근데 엄마는 사위가 불편한 건 싫으니까 막상 와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겠지. '엄마, 그럴 땐 나한테 연락해. 우리집 근처 역까지 기차 타고 오면 내가 호텔 잡아줄게. 호텔이라고 다 비싼 것도 아니야~ 나 최저가 찾는 거 잘한다니까. 며칠 쉬다가 마음 편해지면 우리 집에도 놀러와서 나랑 재곰이 얼굴도 보고 가고 그럼 되잖아.' 생각 끝에 결국 이렇게 얘기했는데, 과연 엄마가 정말 그렇게 연락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여태 그래왔듯 불편한 분위기에도 집을 지키고 있을 거다.  
집에만 있다보니 집안이 어수선해보이는 게 싫은지 내가 있는 내내 가구 배치를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고, 어떤 걸 새로 바꾸고 싶은지 나를 옆에 앉혀놓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엄마. 인터넷 서칭도 폰뱅킹도 익숙치 않은 엄마는 큰딸 온 김에 미뤄놨던 숙제를 다 해치울 셈이다. 오래된 식탁이랑 거의 고장나기 직전인 컴퓨터를 바꾸고 싶은데 예산이 빠듯해서 고민하고 있었나보다. 맘에 들면 가격이 훅 뛰는 가구때문에 끝도 없이 고민하다가 재곰이가 새 컴퓨터를 중고로 구해주고, 내가 엄청나게 저렴한 식탁을 찾아주니까 좋아하는 엄마를 보며, 결혼하고 지금껏 필요한 것, 혹은 꼭 필요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별 생각도 고민도 없이 사재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엄마 아빠 희생으로 모은 돈 하나도 없이 보태주는 돈으로 어려서 결혼하고, 지금은 남편 덕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는데 엄마는 자식새끼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저리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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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생각이 자꾸 나서 잠을 못 자겠다. 일어나서 포스팅을 이어쓰고 있다. 이번에 엄마아빠집에 내려갔다 온 게 체력적으로 많이 힘에 부쳤는데, 것보다 정신적으로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늙는다는 게 뭔지, 죽음이란 게 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새벽이다. 상대적으로 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엄마보다 짧았던 나도 이렇게 심란한데, 엄마는 더하겠지. 이미 별이의 병세에 많이 지치고 익숙해진 엄마는 별이가 쿵 하고 바닥에 몸을 부닥치며 쓰러져도, 예전만큼 놀라지 않는다. 아빠는 아예 별이 안락사를 시킬 날짜까지 정해두었고-해곰이가 태어나기 전이어야 한다고-엄마 역시 동의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예정된 죽음. 그러나 아무리 상상을 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거다. 췌장 기능이 약해져서인가, 별이는 예전과는 달리 악착같이 밥을 먹는다. 먹으면 바로 게워내서 늘 배가 고픈 상태일거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배가 너무 고파. 머리를 콩콩 박아가며 약해진 후각을 최대한 발동해 사료를 불려놓은 그릇을 찾아 헤매는 별이. 앉은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리고 하루에도 열댓 번을 토하는 별이, 비린내나고 미끌미끌한 토와 오줌을 닦고 또 닦고, 더러워진 패드를 매일같이 빨래하는 엄마. 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꿈을 꾸며 긴 잠을 자고 있을까. 최대한 인간의 감정으로 이입하지 않으려 노력해 봤다. 사실 별이가 살겠다고 노력하고 있는게 아닌건지도 몰라. 고통, 고통, 이어지는 고통을 그냥 견디고 있는 건지도 몰라. 편안하게 보내주는 게 맞는 건지도 몰라. 불쌍한 별이. 불쌍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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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모두는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건강하게 죽고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별이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하나님이 고통없이 편안하게 별이를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한 우리 엄마 마음에 죄책감이 안생기도록.  

덧글

  • 2016/07/02 13: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7/02 19: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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