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 기록들

2017. 6. 28

간만에 비다운 비가 온다.
좋다.
일기도 오랜만이다.
동호 병크 터지고나서 현생이 수습이 안됐다...
커뮤니티 눈팅은 정신을 병들게 한다.

옆집 가호 선생님과 설계도 건으로 통화했다.
공유해준 설계도면을 보고 “데크가 너무 넓다”, “수납공간이 없어보인다”는 코멘트를 했더니, 전화가 오셨더라는...
새삼 내 성격을 깨달았다.
괜한 오지랖으로 분란을 일으키느니 입을 다물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해줘도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는다.
말로는 '네네' 하지만 속으론 가지고 있던 생각이 더욱 확고해질 뿐이다.
아무튼 설계는 본인 식구들 생활습관과 가치관에 맞게 하는 것이므로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
그나저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너무 날림으로 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가호는 심지어 3차 설계상담이 15분만에 끝났다고.
이거 혹시 설계 외주 주는거 아니야? ....

아무튼 엉망으로 설계된 평면도를 전반적으로 아빠가 다시 손봐주고 있다.

나는 아직 현실보단 꿈속에 있어서 예쁜 인테리어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이것저것 사진을 뒤적이고 있다.
요리는 쥐뿔도 안하는 주제에 주방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
원목 상판, 아일랜드 조리대가 나의 꿈...ㅋㅋㅋㅋ
마치 완벽한 주방만 있으면 없던 요리욕이 불타오를 것 같은 늬낌적 늬낌이랄까?

오랜만에 해곰이는 깨지않고 쭉 자고 있다. 잠든지 2시간 반 째...
생각해보니 오늘 모유수유를 오전 한 번만 하고 아예 안했구나. 왼쪽 가슴이 조금 뭉쳤다.
그래도 젖양이 줄긴 엄청 줄었다. 예전같았으면 진작에 젖몸살이 왔을텐데...

효리네 민박을 봤다.
아름다운 집은 돈을 처발라서 되는 게 아닌 듯하다.
집주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 집인 것 같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지극히 평범 평범 평범. 그저 집순이 집순이.


2017. 6. 29

어머니께 해곰이를 오전 9시에 맡기고 코엑스 건축박람회에 다녀왔다.
아직 공부가 미흡해 아는 것이 없어 봐도 뭘 알 수가 없었다.
원목마루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
외장재 포인트로 탄화목(루나우드)을 쓰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지금 설계사무소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진다.
일반적인 설계사무소 능력치의 1/10도 안되는 듯 하다.
계약 전 우려했던 것처럼 찍어내듯 만드는 수준의 집 정도를 면치 못할 것이 뻔해보인다.
실질적으로 설계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소장 한 명뿐인데, 벌리고 있는 다른 사업도 많고 아홉 가구의 평면도, 입면도, 시방서까지 제대로 꼼꼼히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의문이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마을 추진위원장이 그만두기로 해 비상이 걸렸다.
이번주 토요일 오전에 부산에서 입주민 전체회의가 급하게 계획되었다.
우리는 아기도 있고 거리도 멀고해서 영상통화로 회의에 참여할까 하다가, 중요한 사안이 많이 논의될 것 같아 부담이 되지만 내려가기로 했다. 엄마에게 해곰이를 맡기고 당일치기로 부산을 왕복하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올라가야하는 강행군이라 걱정이 크다. 그래도 영상통화로 어영부영 발언권도 없이 속끓이느니 가서 입주민들 얼굴도 보고 그동안 답답한 것들도 이야기 할 겸 내려가보기로 결정했다.

주택 건축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걱정이 앞선다.
우리 마음대로 설계사무소를 선택할수도, 시공사를 고를수도 없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기존 입주민들이 원했던 마을 형성을 하는 데 있어 돈만 보태고 희생되는 호구가 된 느낌이다.
계약 당시엔 이미 어느정도 마을 형성이 진행되었으니 비용이 들더라도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뭐 돈은 돈대로, 품은 품대로 드는 꼴이다.
차라리 어렵더라도 땅을 사서 개인적으로 집을 짓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뒤늦게 든다.
그래봤자 벌써 10% 계약금을 보냈다. 돌이키기엔 리스크가 크다. 그렇다고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진행이 되면 죽도 밥도 안될 것 같다.


2017. 8. 9

달력에 표시된 ‘입추’가 지났다고 신기하게도 날이 꽤 선선하다. 이제는 별 필요가 없어져 거실로 밀려난 해곰이의 온습도계 숫자를 보니 온도 29도, 습도 63퍼센트. 분명 무진장 더웠던 며칠 전의 온도도 이거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더위에 습도가 엄청난 영향을 주는걸까? 습도가 10퍼센트 가량 내려갔다고 에어컨을 틀지 않고서도 이렇게나 쾌적하다.
해곰이는 1시간 반을 뻗대다 첫번째 낮잠에 겨우 들었고, 그래도 다행인건 1시간 반 째 잘 자주고 있다. 곧 일어날 시간이 다가올 것 같지만...
결혼을 앞둔 친구와 카톡을 한다. 꼴랑 결혼 몇 년 빨리 하고 애 먼저 낳았다고 인생 선배인양 꼰대같이 굴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검열을 하고 있지만 이미 지금 나는 충분히 꼰대스럽다. 화제가 결혼에서 해곰이로 넘어왔다. 아... 빈곤한 화제거리여. 서로의 안부, 어쩌다 생기는 이슈거리 말고 일상을 어색하지 않게, 부담되지 않게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은데.

토스트와 믹스커피로 점심을 떼우며 애정하는 한수희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있다.
꼰대 아닌 언니의 피와 살같은 조언이 가득 담긴 책이다.
작가님... 사... 사ㄹ... 사는 동안 많이 버시고...에, 또 글 많이 써주시고... 전 인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독자가 될게여... 하트하트


2017. 8. 11

그러고보니 해곰이가 요즘 낮잠을 진짜 오래 잔다. (물론 밤잠은 어른 수준으로 짧게 자지만)
낮잠 전성기? 호황기? 상승세?? ㅋㅋㅋㅋㅋ
두세달 전인가 한창 앞니 두개가 내려올 때 이앓이때문에 밤잠 잔지 2시간이면 깨서 1시간을 내리 울다 잔 때가 있었고, 더 애기 때 원더윅스 땐 낮잠을 30분씩 칼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온종일 낮잠 재우느라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다.
해곰이가 이렇게 낮잠을 하루에 3시간 넘게 자주니 정말이지 감사합니다... 독박육아가 생각보다 널널하게 느껴지는건 교만인건가? ㅋㅋㅋ


2017. 11. 3

머릿속에 잡생각은 가득한데 좀처럼 습관을 깨기가 어렵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뭐라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옮겨놓고 봐야 남는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질 뿐이다. 해곰이에 대한 기록도 그렇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다. 오늘 해곰이는 어떤 표정을 많이 짓는지, 어떤 말을 새롭게 하는지, 미래의 나를 위해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남겨놓으면 좋을텐데.

타자를 두드리는 건 쉽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은 이렇게 실없는 얘기만 남길까봐, 그걸 눈으로 보고 되새기게 되는 과정이 참 초라해서이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그저 하루를 ‘견디는’ 식으로, 애기가 울면서 일어나는 소리에 하루를 시작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끝도 없이 더러워지는 집을 치우고, 틈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온갖 쓸데없는 것들을 들여다보며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남과 비교하고, 적당히 아이와 놀아주고, 티비를 보고, 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마치 여유만 생기면 이것도하고, 저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안다. 그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어 낭창하게 시간을 죽여 나갈 뿐이다.

하나님이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신이 위로가 필요했던 인류가 만들어낸 발명품이 아니길 빈다. 종교가 오래토록 이어져온 집단 망상이 아니길 바란다. 하나님마저 없다하면 이 세상을 굳이 이렇게 엉망으로 살아갈 이유가 없다. 과연 종교는 나같이 변명거리가 필요한 초라한 인간을 위한 위안에 불과할까?
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궁극적 해답이기에 내게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이다.
교회를 나가고, 목사의 설교를 듣고, 성경이라는 기록물을 읽어야만 믿음이 확고해지는 것이라면, 그게 세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그 부수적인 일이 필요할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날, 당시에는 ‘신실하다’고 자부했던 나의 예배를 되돌아보면 그저 분위기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자기위안에 불과했다. 교회 문화에 푹 젖어 있었을 뿐이다.
이쯤 되면 밑바닥 아닌가 싶은데, 더 칠 밑바닥이 남아있나보다. 원점 그 이상의 원점이다.


2017. 11. 4

재곰이가 어머니댁에 해곰이를 데려간 김에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 가득 찬 청소기를 분해해 먼지를 버리고 닦고, 빨래를 갰다.
개운하다.
벼르고 있던 집안일을 마치고 혼자 있는 이 시간이 한가롭고 평안하다.

어제 해곰이는 태어나서 가장 크게, 오래, 격하게 울다 잤다. 생살을 뚫고 나오고 있는 작은 어금니때문에 아픈가보다. 말을 못하는 아기라 어제처럼 심하게 울면 이앓이인가, 배앓이인가 알 수가 없어 더 안쓰럽고 걱정이 된다. 여태까지 봤던 이앓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울음이라 혹시 배가 아픈 건 아닌가, 응급실에 가야하나 싶었지만 분유를 한통 주니 원샷하는 모습을 보고 좀 안심했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가 나한테 와서 안겼다가, 뒤로 고개를 재끼고 울다가를 반복했다. 숨도 안쉬고 분유를 벌컥벌컥 마시는데 눈을 안마주치고 어디를 보는지 시선이 왔다갔다 했는데, 자기 자식한테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살짝 오싹했다.
성장은 경이롭고 아프다. 해곰이는 매일매일 쑥쑥 자란다.

오랜만

진짜 내 속엣것을 토해내고 싶을 땐 손으로 일기를 써야지- 다짐하지만, 펜 쥐고 종이 위로 끄적일 기운이 없어 결국은 이글루스다. 네이버 블로그는 육아스트레스 해소용으로 2퍼센트, 육아템 득템을 위한 다소 전략적인 목표(?) 30퍼센트. 그 정도 자릴 차지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해곰 엄마의 아이덴티티로 가득차버린 그곳엔 '해강'의 이야기를 펼쳐놓을 자리... » 내용보기

생후21일-22일) 갑자기 많이 먹는 해곰이, 새벽 수유

해곰이 잠든 사이에 잽싸게 어제 오늘의 육아기록을 남겨보자.그저께 새벽에 도와주겠다며 새벽 알람을 몇 번이나 맞춰놓고도 내리 잠만 잔 재곰이가 괜시리 미워서 아침 내내 말도 안하고 틱틱댔더니, 어제는 퇴근하고 나서부터 새벽에도 거의 잠도 못자고 해곰이를 돌봐준 재곰이.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밤잠 설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당장 내가 너... » 내용보기

생후20일) 출생신고, BCG 접종한 날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뀌고 빨리 커버리는 아기를 보며 육아일기를 매일 남겨두고 싶었는데 그럴 짬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재곰이가 날마다 열정적으로 찍어준 해곰이 사진은 쌓여가는데,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고 사진을 정리할 수가 없었네. 그래도 어제는 해곰이가 3시간 텀으로 먹어주고 응가를 별로 안해서 4시간은 잘 수 있었다. 집에 온 첫 날은 ... » 내용보기

사랑하는 내 동생 별이

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내가 힘들까봐 가족들 모두 나에게 그저께까지 별이 얘길 하지 않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우리 집에 해곰이 보러 잠깐 온 날, 그때서야 엄마가 얘기를 해줬는데... 마음의 준비를 여지껏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그렇지가 못했다. 별이랑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엄마만큼 슬펐겠냐만은... 그 와중에 해곰이는 먹겠다고 울... » 내용보기